어깨너머라는 말은 / 박지웅시인

한명희 | 기사입력 2018/11/30 [01:41]

어깨너머라는 말은 / 박지웅시인

한명희 | 입력 : 2018/11/30 [01:41]

 

▲     © 한명희



어깨너머라는 말은

  

  박지웅

 

 

어깨너머라는 말은 얼마나 부드러운가

아무 힘 들이지 않고 문질러보는 어깨너머라는 말

누구도 쫓아내지 않고 쫓겨나지 않는 아주 널은 말

매달리지도 붙들지도 않고 그저 끔벅끔벅 앉아 있다

훌훌 날아가도 누구 하나 모르는 깃털 같은 말

먼먼 구름의 어깨너머 달마냥 은근한 말

어깨너머라는 말은 얼마나 은은한가

봄이 흰 눈썹으로 벚나무 어깨에 앉아 있는 말

유모차를 보드랍게 밀며 한 걸음 한 걸음

저승에 내려놓는 노인 걸음만치 느린 말

앞선 개울물 어깨너머 뒤따라 흐르는 물결의 말

풀들이 바람 따라 서로 어깨너머 춤추듯

편하게 섬기다 때로 하품처럼 떠나면 그뿐인 말

들이닥칠 일도 매섭게 마주칠 일도 없이

어깨너머는 그저 다가가 천천히 익히는 말

뒤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아주 닮아가는 말

따르지 않아도 마음결에 먼저 빚어지는 말

세상일이 다 어깨를 물려주고 받아들이는 일 아닌가

산이 산의 어깨너머로 새 한 마리 넘겨주듯

꽃이 꽃에게 제자리 내어주듯

등 내어주고 서로에게 금 긋지 않는 말

여기가 저기에게 뿌리내리는 말

이곳이 저곳에 내려앉는 가벼운 새의 말

또박또박 내리는 여름 빗방울에게 어깨 내어주듯

얼마나 글썽이는 말인가 어개너머라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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