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 심훈시인

한명희시인 | 기사입력 2018/12/01 [10:40]

그날이 오면 / 심훈시인

한명희시인 | 입력 : 2018/12/01 [10:40]

 

▲     © 한명희



그날이 오면

 

심훈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 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이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鍾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曺)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 하거 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 行列)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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