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구두 / 황현중시인

한명희시인 | 기사입력 2018/12/03 [02:26]

아버지의 구두 / 황현중시인

한명희시인 | 입력 : 2018/12/03 [02:26]

▲     © 한명희






아버지의 구두

황현중


처마 밑에 낡은 아버지가 주저앉아 있다
처음에는 튼튼하고 빛나는 멋쟁이였다
반듯한 발걸음으로
앞만 보고 내달리는 말발굽이었다

오랜 세월 먼 길을 가는 동안
아버지의 얼굴도 닳고 주름이 늘었다
때로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해
밑창을 도려내는 큰 수술을 하기도 했다
날마다 늘어나는 책임의 무게와
경쟁하듯 휘몰아치는 폭풍우는
아버지의 발잔등을 짓눌렀다
세상의 온갖 간섭과 위험 앞에
안간힘으로 버티던 뒤축마저 무너졌다

오늘, 토방 위에 쓰러진 아버지를 본다
상처로 앓은 흔적이 아프지만,
씩씩하고 분명했던 아버지의 역사가
세상의 발목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아, 사랑하는 아버지!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의 삶이요 길이었던
아버지의 구두를 신는다
숨 가쁜 아버지의 호흡이 다시 일어나
험한 세상의 길 위에 나를 힘껏 세운다

(작가 약력)
전북 부안 출생
한국시사문단에 시와 평론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사문단 신인상 심사위원
제6회 북한강문학상 수상
시집 <조용히 웃는다>, <너를 흔드는 파문이 좋은 거야> 
산문집 <딴짓 여로> 
현재 전북 무주우체국장으로 재직 중

* 작가 사진은 첨부 파일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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