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연주하는 소녀'

박애란기자 | 기사입력 2018/12/03 [22:55]

추억의 ''연주하는 소녀'

박애란기자 | 입력 : 2018/12/03 [22:55]

 

▲     © 한명희



 

 추억의 ''연주하는 소녀'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S예요. 선생님 저 곧 결혼할 거예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선생님"

"S야 정말 오랜만이구나. 정말 잘됐고 참으로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 이제는 힘든 일은 다 잊어버리고 좋은 사람과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

20여년전 봄학기였다. 수업이 있어서 컴퓨터실에 갔던 내게 그곳에서 2학년인 S와 S의 친구가 자신의 담임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지? 궁금해서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보았다. 그들은 고개를 푹 숙인채 잘못을 빌고 있었고 담임 손에는 소풍비 청구서가 들려있었다. S와 S 친구는 부모없이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둘이서 소풍비 청구서를 그곳에서 인쇄했다가 그들의 담임선생님께 들켜버린 것이었다. 아이들의 사연을 알고나니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내가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온순한 성격의 학생들이 얼마나 용돈이 쓰고싶으면 돈을 타내려고 가짜 청구서까지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달부터였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두 학생에게 한달에 각각 만원씩 용돈을 줬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절대로 비밀로 하고 '쓰고 싶은 곳에 써라'라고 말하며 주었다. 이일은 그들이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흔히 결과만을 가지고 비난하거나 평가한다. 왜 그렇게 됐는가 원인부터 분석해보는 게 맞는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로부터 몇달이 지난 여름날이었다.
2층에서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가던 나를 본 S가 재빨리 손에 들고있던 아이스크림을 뒤로 감추는 것이었다. 때마침 S는 아래층에서 2층으로 올라오던 중이었다. 다달이 자신에게 용돈을 주던 내 눈치가 보여 맛있게 먹던 아이스크림을 뒤로 감추는 그녀의 행동에 다시 가슴이 아팠다.

"S야 괜찮아 그돈은 뭐든지 먹고싶은 거 사먹고 쓰고싶은 곳에 마음대로 쓰라고 준것이거든."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내 눈치를 보며 주눅들어있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며 긴장한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줬다.

3학년 졸업 무렵이었다. 그녀는 내게 주석으로 만든 '연주하는 소녀' 인테리어 소품을 선물했다. '그돈이 얼마나 된다고... 자신이 쓰고싶은 곳에 쓰라고 줬는데 나한테 쓰다니' 하는 생각이 들어 고맙기도 하고 마음이 불편했다. 허나 내 선물을 산것도 그녀가 쓰고싶은 곳에 돈을 사용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고맙게 받기로 했다.

'이름은 그사람을 평생 따라다니고 그사람의 캐릭터가 되기에 많이 생각해서 뜻은 좋게, 부르기는 쉽게 지어야 할 것이다'

'누가 지었는지 이름을 참 성의없게 지었네' 라는 생각이 들었던 S의 친구와는 한달에 한번씩 용돈을 주려고 만날 때 외에는 2년동안 따로 마주치는 일이 전혀 없었다.

그녀가 전화로 자신의 결혼소식을 알린 것은 그들이 졸업 후 3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 다음이었다.
졸업 후에도 나를 잊지않고 소식을 알려준 그녀가 고마웠다. 먼 지방에서 결혼하는 그녀의 결혼식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행복을 마음껏 빌어주었다. 외롭게 자랐던 그녀가 사랑하는 이와 서로 믿고 존경하고 서로 돕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참으로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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