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이 바라본 2018재능시낭송대회

2018재능시낭송대회 후기 시낭송가 이 혜정 순풍에 돛달고 달리시기를

한명희시인 | 기사입력시간 : 2018/12/12 [23:04] | 조회수 : 35

 

 
 
    
 
 
 

 

재능시낭송대회! 올해는 지금까지와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예선을 치르는데 있어서도 각 지역마다 예선을 거쳐서 올라오던 방식을 바꾸어 1차로 영상 심사를 하고 2차로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주요 광역시에서 지역 예선을 거쳐서 선발된 사람들이 본선에 올라오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현장에서 얘기를 들어보니 온라인 영상 심사에 총 782명이 출전을 했고, 지역예선에서 413명이 출전을 했는데 이중에서 37명이 본선에 올라왔다. 굉장한 경쟁률이었다.

 

다른 때는 24~5명 정도가 본선에 올라왔었는데 이번에는 37명이라는 많은 인원을 선발하여 시낭송가가 되는 문호를 많이 넓힌 것 같았다. 시상 내용을 보면 대상(1), 금상(1), 은상(2), 동상(24), 장려상(9) 이렇게 동상수상자를 많이 배출했다. 동상수상자부터 시낭송가 인증서를 준다. 이렇게 하는 것은 질적으로는 조금 떨어질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시낭송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문호를 넓혀주고 사기를 진작시켜주는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회를 전체적으로 한마디로 평가하면 그 어느 때보다 격조 높고 공정하고 훌륭한 대회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까지와 달라진 것은 숨도 안 쉬고 몰아치던 재능식의 낭송법이 아니라 이제 제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을 받았다는 점이다.

전에는 시의 의미도 시어도 다 무시하고 그저 몰아치기 위한 낭송이었다고 본다면 이번에는 몰아치는 것도 의미 단위를 잘 끊어서 시어와 감동이 전달 될 만큼의 속도로 적당하게 몰아쳤고 듣기에 좋았다. 또 전과는 달리 빨리 몰아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동안 대한민국 시낭송계의 종가집이라고 하고 시낭송계의 흐름을 이끌고 가는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할 재능시낭송협회에서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우려심이 많았었기에 작년에 썼던 재능 본선대회 후기에서는 <시낭송 재능호가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제목으로 재능의 시낭송이 방향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후기를 남겼었는데 그런 우려를 다 불식시켜 줄 수 있을 만큼 이제는 제 자리를 찾고 제 방향을 찾은 것 같아서 아주 기쁘고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달라진 것은 의상이다. 전에는 거의 한복 일색이어서 식상했었는데 이번에는 한복과 양장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어서 보기 좋았다.

 

이런 저런 모습들에서 재능이 서서히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또 한가지 결정적으로 기뻤던 일은 재능 회원들이 하는 특별 공연이었다.

국혜숙, 장기숙, 송연주, 윤금아, 윤정희 이렇게 5명의 재능 낭송가들이 정지용의 시 장수산, 비로봉 등을 낭송했는데 아주 깔끔하고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전에는 한 20명가량의 재능 낭송가들이 한꺼번에 무대에 나와서 시를 토막토막 잘라서 한 소절씩 낭송하고 또 같이 입을 모아 합송하고 하다 보니 시의 감동도 다 사라지고 최고의 낭송가들이 모여서 하는 공연인데 한사람 한사람의 훌륭한 기량이 하나도 살아나지 않고 다 묻혀버렸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다섯명 낭송가들의 기량이 하나하나 다 살아나면서 감동을 주었다. 공연을 보는 동안 그래 바로 이거야!” 하는 생각에 혼자 속으로 기쁨의 쾌재를 불렀다. 어찌 됐든 낭송의 생명은 감동이다. 감동을 주지 못하는 시낭송은 죽은 것이다. 그렇게 봤을 때 이번 재능의 시낭송 특별공연은 그 어느해보다 성공적이었고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시낭송 대회를 지켜보면서 늘 느끼는 것은 몇몇 사람을 빼놓고는 거의 시낭송의 색깔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느 시낭송대회든 심사평을 하는 내용은 왜 이렇게 시낭송을 다 똑같이 하냐.” “마치 한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똑같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이 출전자들은 절대 한사람의 낭송지도자 한테서 배운 것도 아니고 전국에서 어려운 관문을 뚫고 선발된 사람들인데 왜 이렇게 다 비슷하게 들리는가 하는 점이다. 그게 바로 시낭송의 딜레마다. 만약 이 사람들을 한사람씩 다 따로 떼어서 각기 다른 무대에서 낭송을 들었다면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 개성적으로 들리고 훌륭한 낭송으로 들렸을 텐데 이렇게 한 무대에서 동시에 들으니 거의 비슷하게 들리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시낭송 자체가 무슨 연극하듯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없고 동화 구연 하듯이 할 수도 없고 소리를 지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이중에 대상, 금상, 은상을 가려내는 기준은 무엇인가? 만약 그 기준이 없다면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어떻게 우열을 가려서 상을 줄 수 있을 것인가무언가 분명한 차별성이 있기에 차등을 두어 상을 주고 또 많은 청중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정리해보면.....

 

첫째, 감동을 전해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백송(百誦)을 하든 천송(千誦)을 하든 일단 그 시를 충분히 내 것으로 만들고 나서 그 다음에는 내가 느낀 감동을 전달해 주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시어를 잘 전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늘어지지 않게 또 너무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낭송을 하되 절대 시어가 흐트러져서는 안되고 의미단위로 잘 끊어서 낭송을 함으로써 청중들의 귀에 시의 의미가 또렷하게 살아나도록 전달을 해주어야 한다.

 

둘째, 발성과 호흡이 중요하다. 시어를 잘 전달해 주려면 발음이 정확해야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깊이 있는 발성과 호흡이 중요하다. 그냥 입안에서만 발음을 또렷하게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단전을 통한 발성과 호흡을 활용해야한다. 몰아가는데도 호흡을 충분히 단전에 모았다가 훅 풀어주어야 한다. 단전에 기와 호흡이 모아지지 않으면 절대로 깊이 있는 소리가 나오지 않고 감동적으로 전달할 수가 없다. 다른 요소들도 있겠지만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재능의 낭송 패턴의 변화를 정리해 보면 처음에는 굉장히 느리게 똑같은 패턴으로 낭송하다 보니 너무 지루함을 느끼고 간혹 그 사이에서 소리를 지른다거나 혹은 속도를 빨리 한다거나 혹은 좀 동화 구연하듯이 한다거나, 연극대사 하듯이 하는 출전자들이 상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재능에서 상을 타려면 이상하게 낭송해야 된다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그러더니 서서히 속도를 빨리해서 낭송하는 방법이 시작되었고 모든 출전자들이 숨도 안 쉬고 낭송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행도 연도 무시하고 그냥 호흡이 닿을 수 있는 한 마구 몰아쳤다. 시가 무슨 시인지도 모르고 시어가 전달되어서 감동을 줘야한다는 시낭송의 기본조차 완전히 무시되고 무너져 버렸었다.

 

본인도 시낭송아카데미를 하고 시낭송지도를 하고 있다 보니 재능대회에 나가는 사람들은 특별하게 달리 낭송지도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시를 해도 재능용 낭송 일반대회 낭송으로 구분하여 지도를 했다. 그런 많은 우려 속에서 재능의 시낭송은 많은 변화를 해왔지만 올해 대회는 이제야 재능이 그동안의 방황에서 정답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국 사람은 뭐니뭐니해도 밥을 먹어야한다.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라는 말이 있다. 간혹 라면도 먹고 스시도 먹고 짜장면도 먹고 스파게티도 먹을 수 있지만 그런 것은 어쩌다 한 두 번이고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은 역시 밥이다.

 

그런 것처럼 우리가 시낭송을 하는데 있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시를 낭송할 수 있고 배경 음악이 들어가고 여러 가지 의상, 소품, 동작 등이 어우러져서 낭송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낭송은 목소리로 하는 예술이고 또 시어를 정확히 전달함으로써 감동을 전해주는 언어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본인이 늘 아카데미 시간에 가장 강조해서 하는 말이지만 시어 하나하나를 누룽지 꼭꼭 씹듯이 분명하게 발음해서 전달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시어가 가지는 본연의 맛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그 시어 하나 하나의 맛을 음미하면서 시의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어가 또렷하게 전달되면서 전해지는 감동이 제대로 된 시의 감동이다. 그런 시낭송을 들을 때 청중들은 시 본연의 감동을 느낄 수가 있다.

 

 

이번 대회의 출전자들의 낭송을 몇 개 예를 들어서 얘기해 보면

이번에 어떤 낭송가는 낭송을 일부러 굉장히 느리게 했다. 속도가 다른 낭송가들 보다 2배 이상 느리게 하다보니 많은 비슷한 낭송들 사이에서 분명히 독특하게 두드러지긴 했다. 그렇지만 튀기만 했지 그렇다고 그 사람이 낭송을 잘한 건 아니었기에 좋은 상을 받지 못했다. 만약 다르고 독특하다는 것에만 의미를 두고 심사를 했다면 그 출전자가 큰상을 받았어야 한다.

 

이번에 대상을 받은 전남 목포의 김태정 낭송가는 신석정의 역사를 낭송했는데 많이 들었던 시인데도 아주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그 발성과 호흡이 아주 깊이가 있었고 소리의 품격이 느껴지는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낭송의 쪼(낭송의 안좋은 습관)는 전혀 없는 낭송이었다. 의상이나 표정 등 낭송의 자태에서도 기품이 있었다. 금상을 받은 김재순 낭송가는 여자경찰이라서 경찰정복을 입고 출전을 했는데 박두진의 설악부를 낭송했다. 그 시도 워낙 잘 알고 있는 시였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게 담백하게 낭송을 하여 설악부의 감동을 제대로 전해 주었다.

 

은상을 받은 박찬원씨는 유자효시인의 꽃길을 낭송했는데 재능 본선 시는 길어야한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짤막한 시를 낭송했는데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원래 지니고 있는 목소리의 색깔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타고난 음색이었다굉장히 풍성하고 허스키한 소리이고 아주 깊이 있게 낭송을 잘 했기에 짧은 시인데도 금상이라는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은상을 수상한 서광식 선생은 70중반을 넘은 고령임에도 단전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음색으로 그리고 낮게 깔리는 저음으로 내면의 감동을 깊이 있게 잘 전달해주었다. 출전자 한 사람 한 사람 다 체크를 하면서 들었기에 혹시라도 그날 자신의 낭송에 대한 평을 들으면 도움이 되겠다 생각하는 분들은 연락을 주시면 내가 적은 평을 보내줄 수 있다.

 

   해마다 다른 대회는 바빠서 못가도 재능본선 대회만큼은 꼭 참관을 하고 후기를 남기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굉장히 실망스러워서 시낭송 재능호가 표류하고 있는 글을 남겼었는데 올해는 그 명성에 걸맞게 아주 품위 있고 수준 높은 대회를 치러주셔서 후기를 쓰는 내 마음도 아주 홀가분하고 기분이 좋다.

내년에는 더욱 더 업그레이드 된 대회를 치러주시기를 바라며 재능호의 순항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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