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메르의 상형 문자 / 한경용

박용진시인 | 기사입력 2020/07/28 [11:06]

수메르의 상형 문자 / 한경용

박용진시인 | 기사입력시간 : 2020/07/28 [11:06] | 조회수 :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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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의 상형 문자 / 한경용

 

 

 

한번은

 

아라비안나이트를 꿈꾸며 나타날 뻔도 한데

 

어둠과 맞바꾼 소반 위에

 

지금도 원망의 질그릇이 놓여 있어

 

장롱에는 옷들이 그대로 걸려 있고

 

더블침대 위로 무덤 되어 있는 이불

 

베개는 자꾸 숨으려고 해

 

구름 덩어리들만이 짐승처럼 떠도는 창가로

 

검은 모자가 긴 외출을 같이 가자 해

 

손자국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한 때의 애증이란 격동의 진폭에서

 

붓고 쏟고 담아내지 못하는 거품 방울인 것을

 

그 후로도 오랫동안

 

황야를 따라간 소떼의 액자를 보며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허밍하였다

 

유목의 돔 지붕을 인체

 

 

거실에 쏟아지는 어스름이다

 

불빛을 찾아 초대해보아도

 

한낮에도 부끄러운 달덩이가 덩그러니 떠 있다

 

자정까지 오는 사막의 허기에

 

이 방 저 방으로 왔다가는 불객의 잔들,

 

주단을 실은 실크로드의 대상인 양 기다린다

 

당신이 놔두고 간 소금 한 줌 뿌리며

 

달라붙는 귀객에게 구원을 해보지만

 

이오니아 인테리어의 원주 위로

 

하얀 손 켜켜이 보낼 땐

 

야광주처럼 지켜보던 눈동자를 생각하였다.

 

 

 

ㅡ《 시와반시 》2019.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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