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를 강의한 날의 일기

홍수연기자 | 기사입력 2020/08/31 [10:35]

하이쿠를 강의한 날의 일기

홍수연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20/08/31 [10:35] | 조회수 : 278

 

▲     ©한국예술문화타임즈

 

하이쿠를 강의한 날의 일기

 

 

         Daisy Kim

 

 

 

사탕 봉지를 들고 복지관에 간다

다양한 외국인들이 복지관에 모여 있다

한국 사람인데 영어로 일본 시 하이쿠를 가르치다니

나는 광활한 이국땅에 발목 묶여 통증처럼 붉게 피어나는 일자리를 가졌구나

 

영어 발음이 Flower로 와글와글 피어난다

 

실험을 하듯 하이쿠라는 장르를 김소월의 문장으로 묘사한다

 

혀를 동그랗게 말면 목구멍에 가득한 오늘의 리듬 랄랄라,

자음과 모음을 머금은 나의 입은 고물 라디오처럼 우우우,

 

찰랑찰랑 립싱크를 하는 그들의 상상 속에 사탕을 물려준다

 

하루 품을 사뿐히 즈려밟고* 사각 유리문을 나온다

진분홍색 하이비스커스를 본다

진분홍색 진달래가 강렬해졌다

담장은 연중무휴 꽃들의 명찰을 달고 팡팡 향기를 터뜨린다

 

머리 위에서 보송보송 잘 마른 구름이 손수건처럼 이마의 진땀을 닦아준다

 

해양성 기후가 지나가는 하늘에는 몇 구절의 가을로 가득 차 있다**

 

 

* 김소월 진달래꽃

** 윤동주 별 헤는 밤에서 차용

 

                       <계간 미네르바 2020년 가을호 발표>

 

 

 

Daisy Kim

서울 출생, 하와이 거주, 2020년『미네르바』등단

 

 

 

♧ 네 번째 오독 ♧

 

 Daisy Kim 시인은 간호학과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하와이에 있는 노인 복지관에서 미술심리 테라피와 시테라피 클래스를 맡아 지도하면서 언젠가는 외국인들에게도 우리의 문학을 널리 알리면서 가르치고 싶은 야무진 꿈 하나 간직하고 시작詩作에 열중하고 있는 시인이다.

 

 시인은 「하이쿠를 강의한 날의 일기」에서“한국 사람인데 영어로 일본 시 하이쿠를 가르치”게 된 아이러니한 현실을 이렇게 탄식한다.“나는 광활한 이국땅에 발목 묶여 통증처럼 붉게 피어나는 일자리를 가졌구나”시인의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의 아픔이“통증처럼 붉게 피어”나는 대목이다.

 

 “실험을 하듯 하이쿠라는 장르를 김소월의 문장으로 묘사”하고“찰랑찰랑 립싱크를 하는 그들의 상상 속에 사탕을 물려”주지만, 정작“자음과 모음을 머금은”시인의“입은 고물 라디오처럼 우우우,”운다.“하루 품을 사뿐히 즈려밟고* 사각 유리문을 나”서면 통증과 설움으로“진분홍색 진달래”는 더욱“강렬해”지고, 이런 시인의 기분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이국의 기후는“연중무휴 꽃들의 명찰을 달고 팡팡 향기를 터뜨”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시인은 곧장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기억해내고서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다짐을 해보는 것이다.“해양성 기후가 지나가는 하늘에는 몇 구절의 가을로 가득 차 있다**”고, 시인이 낯선 이국땅에서 쉽게 지치지 않는 한, 시인은 반드시 시인의 꿈을 이루어내고 말 것이다.

 

 백 만 불짜리 미소를 지닌 시인이 환하게 웃으며 먼 이국땅에서 우리의 고유 향가와 시조 및 시를 일본의 하이쿠처럼 널리 알리고 가르칠 날이 멀지 않았음을 나는 알고 있다. 적지 않은 기간 지켜본 시인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정신과 끊임없이 정진하는 기상을 지녔음을 누구보다 나는 잘 알고 있다.“보송보송 잘 마른 구름”처럼 시 정신을 곱게 다림질 한 시인이 소월과 윤동주를 가르치며, 외국인들의 이마에 맺힌 땀을“손수건처럼”,“닦아”줄 날 또한 멀지 않았다. 그러니 시인이여, 하이비스커스의 붉은 속울음일랑 거두시고 더욱 정진하시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홍수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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