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 채종국

홍수연기자 | 기사입력 2020/09/23 [20:20]

장미 / 채종국

홍수연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20/09/23 [20:20] | 조회수 :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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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ㅡ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시간 때문이야*

 

                                         

 

         채종국  

 

 

 

흔한 꽃이지만 흔한 아름다움은 아니었어

흔한 이름이지만 흔한 네가 아니었던 거지

 

봄볕을 좋아하는 너는

마른 담벼락 같은 내게 뿌리 내렸어

 

함께 커피를 마시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손잡고

함께 살내음 울음을 듣던

깊은 잠행의 소행성

 

네가 그토록 소중한 것은

너를 위해 내가 공들인 시간 때문일까?

 

그럴 거야, 네가 정말 소중한 건

내 존재에 호흡을 입혀 주었기 때문이야

 

 

공을 들인다는 건

내가 가꿔온 시간에 너를 꽃피운다는 말

 

흔한 꽃이라 말하지만 이미 넌

내 존재의 완성인 걸

 

네가 소중한 건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너의 가시가

내 목에 걸려있기 때문이야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채종국시인》

 1970년 광주 출생. 2016년『신라문학대상』수상(시조).

 2019년『시와 경계』등단. 시와 의미 동인. 대중서사연대 회원

 

 

 

 굳이 어린왕자와 장미의 이야기를 나열하지 않더라도, 시인은 이 시를 통하여 생활에 쫓겨 서로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자주 반목하고 싸우고 토라지는 연인이나 부부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흔한 꽃이지만 흔한 아름다움은 아니었어” 누구에게나 사랑의 순간은 이렇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가 어느 날 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오는 것! 그리고 “함께 커피를 마시고 / 함께 밥 먹고 / 함께 손잡고 / 함께 살내음 울음을” 들으며 우리들은 사랑을 키워가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렇게 “공을 들”이며 상대를 “꽃피”우고 “흔한 꽃이라 말하지만 이미 넌 / 내 존재의 완성”이 되는 것! 사랑의 완성은 그런 것일까? 마치 어린 왕자가 지구에 당도하여 지천으로 피어있는 장미꽃에 실망하였을 때 여우가 한 말, 너를 필요로 하고 네게 필요한 장미는 우주에 단 하나 “별에 두고 온 그 꽃”이라고.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를 길들인 관계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지만 너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이 시의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울컥하고 말았다. “네가 소중한 건 /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너의 가시가 / 내 목에 걸려있기 때문이야” 상대의 가시까지 사랑하고 공유하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사랑으로 맺어진 연인일 것이다.

 

 가을비 내리는 날 이 시를 읽는 독자들은 사랑의 가시가 목에 걸려 목 놓아 울었던, 뼈아픈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로수 길을 쓸쓸하게 배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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