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침묵” 별에서 온 그대, 정현우 시인과의 인터뷰

홍수연기자 | 기사입력 2020/10/10 [14:31]

“천사의 침묵” 별에서 온 그대, 정현우 시인과의 인터뷰

홍수연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20/10/10 [14:31] | 조회수 :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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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단소식〕“천사의 침묵” 별에서 온 그대, 정현우 시인과의 인터뷰

 

 

포도알을 주워 입에 넣으면 감돌다 마는 천사의 피 맛, 바닥에 숨이 붙어있는 포도알이나 사람의 영혼이나 모두 썩고 나면 그만인데, 벌레는 날개처럼 아무렇게나 사이를 연다. 뒤로 물러서는 천사의 침묵. 미사를 마친 사람들이 알약처럼 쏟아져 나왔다.

                                                   

                                  시인의 시「멍」에서

 

 

 

 

 

 시인의 대표시 세 편을 읽는 순간, 나는 소름이 끼쳤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의 머리칼을 옥죄여오는 공포, 혹은 신비! 나는 언뜻 보았던 듯하다. 귀신을! 혹은 천사를! 아니, 천사의 침묵을!! 시인의 시를 읽는 내내 나는 내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슬픔을 느꼈다. 그것은 공포에 가까운 슬픔! 마치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아버린 영매처럼... 나는 알 수 없는 깊은 설움에 빠져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시인에게 고마웠다. 그가 나와 같은 인간인 것이 고마웠다.

 

 나에게 새겨진 시인의 이미지는 마치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처럼 수려한 용모와 신비스러운 시를 쓰며, 라디오 구성작가이자 음악을 하는, 그것도 자신의 앨범까지 있는 가수라는 것, 이 이력만으로도 나에게 시인은 마치 아이돌을 보는 듯하여 문득, 어느 별에서 왔니? 라고 묻고 싶어지는 그런 시인이었다.                            

 

 

 

 작년 봄이었고 나는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보다 못한 지인의 소개로 가입한 계간지『시산맥』지면을 통하여 나는 시인을 처음 만났다. 시인의 시「각도의 비밀」에 반하여 어쭙잖은 주제에 시인을 제10회 시산맥 작품상 후보로 추천하였고,『시산맥』측의 연락을 받아 추천사유를 쓰기에 이르렀다. 난생 처음 써보는 추천사유였었고, 그 당시의 나는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용감하였던 것도 같다. 아래에 시인의 시와 어설픈 나의 추천사유를 소개한다.

 

 

 

각도의 비밀

 

 

 *

 마녀할멈과 고양이 이야기다. 고양이는 요물이며 예의가 없고 푹 고아 삶아 먹으면 관절에 좋다고.

 

 *

 예각

 새들이 세운 삼각대. 그 아래 책을 여는 질문.

 책은 왜 세모가 없을까.

 빗방울은 정수리의 시차, 나무에 달라붙는다.

 처음부터 예각은 지문이 없었으니

 떨어지는 사과를 따라 쫓아가는 고양이,

 커다란 입이 묘다.

 

 둔각

 아무리 쌓아도 어느 순간이 되면 무너지는 곁.

 사람을 세우거나 쓰러뜨린다. 그건 충돌의 자세.

 담벼락에 촘촘히 박힌 유리조각을 장미 넝쿨이 감싸오르면서 오른다.

 붉은 장미를 꺾으면 떨어지는 가시.

 

 직각

 남자의 모자가 벗겨진다. 관성처럼 줍는다. 사람이  기어다닐 때 인간의 마음은 직각. 바닥에 가까운 건 억울한 일, 어떤 본능은 짐승의 감촉. 울부짖었던 벽. 새들과 나무와 고양이를 눕혀 겹쳐본다. 그건 사람의 모양, 인간의 비밀은 직각, 잘 부러지고 부서져도 서 있으려는 중력.

 

*

 울고 있던 나에게 고양이가 사과를 물어다 준다. 내가 사과의 각을 문다. 사과들이 둘로 갈라진다. 기묘한 씨앗은 태초로부터 나오려고. 씨앗은 나무를 품은 목이 길어지는 창. 사과의 꼭짓점이 나의 창을 열고 심연을 매단다. 사각사각, 마음을 갉아먹을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문장. 이것은 고양이와 마녀할멈 이야기가 아니다.

 잡아먹히기 전에 낙법부터 익혀야 했는데. 혼자 남겨진 고양이가 사과를 굴리며 사과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묘 : 고양이 우는 소리

 

 

 <10회 시산맥 작품상 추천사유>

 

직각의 미학

 

 

비밀을 감추고 있는 한 비밀은 당신의 포로다.

                                                그러나 당신이 그것을 말해버리는 순간

                                                          당신은 비밀의 포로가 된다.

- 『탈무드』중에서

 

 

 여기, 비밀을 간직한 패기 넘치는 한 젊은 시인이 있다. 비밀이 많은 그는 아름답다. 나는 그의 비밀을 샅샅이 파헤쳐 보고 싶다. 그는 달아난다. 나는 그를 쫓아 그를 읽고 또 읽는다. 일면식도 없는 한 시인의 시를 해석하는 일은 흥미로움과 동시에 두려움을 안겨준다. 나는 그의 시를 맛있게 탐독한다. 이 작업의 결과가 그에게나 나에게나 의미 있는 한 상 차림이 되기를 바란다.

 

  사전적 의미에서의 각도란 두 개의 직선이 한 점에서 만날 때 선과 선 사이의 벌어진 각도를 ‘각’이라고 하고, 그 각의 크기를 ‘각도’라고 한다. 만약 이 두 개의 직선을 두 사람으로 바꾸어 명명한다면? 여기, 살아온 환경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있다. 어느 날 두 사람이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었을 때, 두 사람이 만나서 이루게 되는, 혹은 향후 이루게 될 각도는 몇 도일까?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사람으로서의 훈훈한 온기를 나누는데 적절한 각의 크기, 즉 각도(기울기)는 얼마여야 할까?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빗나가 버렸다. 아니, 어쩜 나는 이 시의 비밀을 나도 모르는 사이, 이미 발설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시인의 시에 집중하기로 한다.

 

 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마녀할멈과 고양이 이야기다. 고양이는 요물이며 예의가 없고 푹 고아 삶아 먹으면 관절에 좋다고.

 

  이 얼마나 매력적인 화법의 시인가! 서두에서부터 시인은 우리를 마법의 세계로, 호기심의 세계로, 혹은 사색의 세계로 인도한다. 古來로 ‘마녀할멈’은 아이들을 괴롭히고 세상 사람들을 곤경에 빠트리는 인물로 묘사되었다. 이 시의 ‘마녀할멈’은 생각하는 듯하다. 고양이가 “요물이며 예의가 없”다는 이유로, 단지 그 이유만으로, 그녀의 관절 건강을 위하여 “푹 고아 삶아 먹”었으면 한다. 이로써 ‘마녀할멈’과 ‘고양이’는 이 시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모든 시는 오독이라고 했던가. 그러므로 시인이여, 이 험상궂은 오독을 부디 용서하시라.

 

 

 처음부터 예각은 지문이 없었으니 떨어지는 사과를 따라 쫓아가는 고양이, 커다란 입이 묘().

 

 지문조차 없는 예각인 고양이는 떨어지는 사과를 따라 쫓아간다. 고양이에게 유달리 커다란 입은 울음 그 자체이다. 이 시를 쓸 당시의 시인은, 혹은 과거 어느 시기에 시인은 어떤 상처로 몹시 아팠던 듯하다. 지문조차 없다는 것은 살아있으되 세상에서 잊힌 사람,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예각의 시기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중력에 의해 힘없이 떨어지는 사과를 따라 쫓아가야만 하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지 못하고 무엇인가에 쫓기듯 사는 사람에겐 매일이 울음일 터이다. 하물며 ‘커다란 입’이라니!

 

  둔각

  아무리 쌓아도 어느 순간이 되면 무너지는 곁,

  사람을 세우거나 쓰러뜨린다. 그건 충돌의 자세.

  담벼락에 촘촘히 박힌 유리조각을 장미 넝쿨이 감싸면서 오른다.

  붉은 장미를 꺾으면 떨어지는 가시

 

 ‘둔각’, 너무 많은 것을 쌓으려는 자세는 “충돌의 자세”이며 ‘유리조각’처럼 위태로운 삶이며, ‘가시’ 같은 삶이라고 시인은 생각한다. 시인이 그런 기울기로 산 것은 아닐 것이다. “붉은 장미를 꺾”은 이는 ‘마귀할멈’으로 대표되는 시인의 과거 속 어떤 인물일까? 생생한 경험 없이 써진 시가 어디 있으랴. 시인의 체험이 시로 육화된 순간이다.

 

중략

 

 만약 이 시에 등장하는 고양이가 시인 자신이라면, 시인이 과거 어떤 상처를 받았건 이 시를 씀으로서 그의 상처 또한 흔적 없이 말끔하게 아물었기를 바란다. 류근이 말했듯 시인은 상처적 체질이긴 하지만, 그래도 시인이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

 

중략  

 

 

 이렇게 나는 그의 시를 내 멋대로 오독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시인과 나는 얼굴을 마주하고 다시 만났다. 나는 그의 아름다운 얼굴 뒤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칠 수 있을 것인가! 아니 무엇보다 나는 아리따운 그를 잘 읽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시 쓰고 음악하는 사람으로서의 그의 팬카페가 있다면 당장 가입하였을 내가, 팬카페의 일원인 냥 그를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을 것인가! 그가 카페로 들어선다. 비밀이 많아서 아름다운 그가, 아픔이 많아서 아름다울 그가......

 

 

 

 

 

  © 한국예술문화타임즈



 

 

《대표 시》

 

여자가 되는 방

 

 

이상해서 나는 화장을 했다.

내가 태어난 것이

여자를 벗은 것 같아

누나의 검정 치마를 입었다.

 

거울 속에서 숨죽인 내가

립스틱을 쥔 채로

매달려 있었다.

 

아랫입술을 잃어버렸다.

쏟아지는 검은 구름들

누나의 마스카라는

나의 베갯잇을 적시고,

 

벽에 매달려 있는 동안

나는 어느 얼굴이 되는 걸까.

 

누군가 방문을 열까 봐

우는 얼굴로 저녁을 닫았다.

나는 내 몸을 만지면서

 

눈을 감고 얼굴을 그린다.

 

어른이 될 때까지

나는 흩어지고 싶은 구름

가슴이 없는 까마귀 떼

나의 몸에서

습관처럼 풀이 자란다.

금방 풀이 죽는다.

풀숲에서 벌거벗은

여자를 훔쳐보는 마음

잘한 것보다 잘못한 것들이 많아지는 밤에는

나는 여자가 되었다.

아무도 없는 방문을 잠그고 나와

반성문을 썼다.

 

방문을 삐져나온 뱀들은

악몽에 목이 베였다.

밤을 켜면 벼랑은 나를 떨어뜨렸다.

여자를 흉내 내고

깨진 유리를 삼키고

바람의 목을 쥔 채로 길어지는 밤

잘린 손가락들은 유리의 성을 쌓고

 

스타카토, 스타카토, 카스트라토*

 

사람이 죽으면 여자일까 남자일까

 

개들이 나의 얼굴을 더듬거리고

웃을 수 없다.

아름다운 얼굴이 지워질까 봐

 

종아리의 회초리 자국이

벽에 그려진 낙서보다 숭고했다.

 

끝없이 바깥을 쌓아도

세워지지 않는 나의 성 안에서

얼굴 없는 여자가

또각또각 걸어 나간다.

 

나와 멀어진 나를

사랑할까봐

 

가장 어두운 구두를 신고.

 

 

*카스트라토 : 변성기 전의 소년을 거세하면 성인이 된 후에도 소프라노나 알토의 성역을 지닌다

 

   

 

• 안녕하세요. 정현우 시인님.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시인님을 이렇게 가까이서 뵙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지면에서 보았던 대로 핸섬하시고 멋지세요.(웃음) 유투브에서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많이 애용되었다는 시인님의 2007년 라임 시절 히트곡 “바람의 너를 찾아서”를 들었습니다. 마치 영화 “오페라의 유령” 중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전율이 일더군요. 정말 세간의 평대로 조관우와 이소라를 오가는 듯한 매력적이고 신비스러운 음색이셨습니다. 제가 시인님께 신비스럽다, 란 어휘를 자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이니까요!(웃음)여자가 되는 방」을 쓰시게 된 배경을 독자들에게 말씀하여 주실 수 있을까요?

 

• 너무 극찬이십니다.(웃음) 질문들을 읽으면서 잠시 제가 스무살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제 유년시절도 떠올랐고요. 제가 봤던 유년시절의 한 장면에서 떠 올린 시에요. 그러니까, 저랑 친했던 친구의 집에 놀러갔는데 아마 그 친구의 언니의 방이었던 것 같아요. 문을 잠그고 제게 화장을 해주었는데, 거울을 보니까 그 상황이 재밌고 신기했어요. 그런 이후에 집에 와서 혼자 화장을 하는 상상을 많이 하곤 했는데, 아버지가 워낙 엄격하셨기 때문에 직접 화장을 할 수는 없었고요.(웃음), 어렸을 때는 제가 워낙 내성적이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많이 싫어하셨어요. 군인 출신이시고, 저희 누나도 미군이고 완전히 군인 집안이거든요.(웃음) 그래서 저는 완전히 역방향으로 이렇게 자랐나 봐요.

 

 

• 가수로 먼저 데뷔하시고 대형기획사에 스카우트 제의도 받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5년《조선일보》신춘문예로 등단하셨습니다. 음악인과 시인은 닮은 점이 참 많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만, 시인으로 등단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무언가 시와 음악은 저의 어떤 슬픔의 도구였던 것 같아요. 시는 고등학교 때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썼던 시를 보냈었는데 200만원 상당의 디지털 피아노를 받게 되었고요.(웃음) 음악은 고등학교 때 성악을 했었어요. 사실 예술대학교를 가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극심한 반대로 원서를 쓰진 못했어요. 그래서 대학교에 입학해서 지내다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게 되었고, 거기서 목소리가 독특하다고 캐스팅 제의를 받고 앨범을 2개 내었어요. 하나는 망했고, 하나는 음원차트에서 1위를 하기도 했어요. 제가 생각보다 끼가 없고 내성적인 성향이 강하다보니, 노래하는 게 스트레스로 다가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군대를 가게 되었고, 군대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썼던 시를 가지고 있다가 서른 살이 되어서 마지막으로 투고한 시가 등단의 길로 이끌어 주었어요.

 

 

 

 

《대표 시》

 

() 

 

 

*

안방 연꽃등이 켜지면 불을 끈 채 눅눅한 이불을 얼굴까지 뒤집어썼다. 힘주어 밟아도 기어 나오는 점. 저건 바퀴벌레가 아닐 거야, 다글다글 내가 뒤집어쓴 어둠 안쪽까지 알을 슬어놓은 점. 할머니가 점치는 안방에서 불상은 춤을 추고 방울소리와 함께 흔들리는 집. 방안 가득 번지는 향. 무서워하면 귀신이 씐다는데 나는 내내 오줌을 참고, 점괘를 품고 점상에 흩어진 쌀알처럼 점점 작아지는데.

 

*

죽을 자리를 알 수 없는 점, 점은 죽는 자리에만 있지. 우리는 벌거벗은 인과성. 할미의 치마폭에 쌓인 거대한 점, 온다, 온다, 신이 온다, 삼신이 온다, 붉은 탯줄이 목을 감고, 점으로 떠돌다 사람으로 점지 되었을 때, 흙을 옮겨 담아 산과 섬을 만들었다는 거대한 여인이, 칼 위에 섰다. 섰다, 신복(神服)을 입은 할미가 내 목을 누를 때, 온몸이 간지러워 반점 밖으로 열꽃이 날리고, 혼백을 다 채가는 할미가, 춤을 춘다. 춘다. 내 몸을 빌어 명점(命點)을 거둬 갈 때,

 

*

결말처럼 나는 내 이름 밖으로 내던져지고 신은 할머니를 찾아오지 않았다. 왜 자꾸 배가 고파오는지. 오래 울어야 알 것 같은 점, 눈알이 빨갛게 되도록 늙어버린 점, 흙 속에 묻힌 작은 점, , , 날아오른 새떼는 물수제비를 뜨네, 하늘에서 바다에서 할머니 눈빛에서 모든 괘들이 빠져나가고. 모든 점을 하나로 모아도 내가 되지 않고 할머니가 되지 않네. 신은 결국 나에게 오지 않고.

 

 

• 시인님의 시 “점() 의 상황과 유사한 경험을 저는 20대에 한 적이 있습니다. 제게는 장군신이 찾아 왔었습니다. 밤마다 장군복장을 한 신이 저를 얼마나 괴롭히던 지요. 밤마다 시달리다 못해 저는 제 머리맡에 두꺼운 성경책을 올려두고 잠을 청하곤 했었습니다. 매일 밤 가위눌리며 깨던 잠, 저의 어머님은 말씀하시곤 하셨죠. 나약한 영혼에게 “귀신이 씐다”시며 제게 항상 마음을 강하게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제가 그 장군신을 받아들였더라면, 저는 아마 이렇게 시인님을 인터뷰할 수 없는 세상을 살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딱 한 번 점집에서 점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이 그러시더군요. 60살 이후부터는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겠다, 고요. 그때의 저는 50대 초반이었고 점집을 나오며 친구에게 궁시렁 거렸어요. 60살 이후에도 편안하지 못한 인생도 있냐고요. 참 세상을 모르는 소리였죠. 그렇게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60이 오고 저는 편해진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면에선 더 힘들어진 것 같기도 한 삶을 인내하고 있습니다. 시인님은 점을 보신 경험이 있으신지요? 연륜이 있으신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시고들 합니다. “내 점은 내가 보고 있다”고요. 어떤 운명적인 일이 시인님께 다가왔을 때, 시인님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실까요? 저는 저도 모르게 하느님을 찾더라고요. 무교이면서도요.(웃음)

 

 

제가 타로카드를 좀 볼 줄 아는데요.(웃음), 근데 사실 제 앞일이 궁금할 때는 잘 펼치지는 않아요. 정말 이 타로카드라는 게 정확히 맞출 때도 있지만, 타로카드 결과에 연연하다보면 더 노력을 해야 함에도 안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가끔씩, 꿈에 나타나는 할머니를 찾기도 하고요. 저희 할머니가 제게 목숨이 3개라고 말씀 해주셨는데요. 2개는 이미 사용했고 이제 나머지 하나가 남았어요. 한번은 물에 빠져 죽을 뻔했고, 한번은 제 앞에서 번개가 떨어져서 죽을 뻔 했고요. 이제 정말 나머지 한 번 남은 목숨은 값어치 있게 사용해야지요. 저와 헤어진 사람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보려고요.(웃음)

 

 

 

《대표 시》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따귀를 맞았다. 맨발로 집을 뛰쳐나왔다. 넝쿨이 울창한 성당은 멍 든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떨어진 포도 알에는 천사의 날개가 들어 있을지도 몰라 맨발로 밟았다, 자주색 고요의 혈관을. 첨탑 사이로 빠져나가는 구름과 그늘에 접힌 종소리를, 멍 든 뺨을 어루만졌다. 발목으로부터 터지는 울분, 어둠에도 무게가 있다는데, 발자국을 내버린 까마귀의 허공, 슬쩍 날개 대신 다리를 내민 천사의 오후, 천사들이 가져가는 몫은*, 포도의 주검과 시간 사이, 고개를 들면 무질서하게 열렸다. 포도알을 주워 입에 넣으면 감돌다 마는 천사의 피 맛, 바닥에 숨이 붙어있는 포도알이나 사람의 영혼이나 모두 썩고 나면 그만인데, 벌레는 날개처럼 아무렇게나 사이를 연다. 뒤로 물러서는 천사의 침묵. 미사를 마친 사람들이 알약처럼 쏟아져 나왔다. 정적 속 숨어있는 포도 씨. 멍울을 깁다 보랏빛이 얇게 잡히는 멍의 끝,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햇빛에 구부러지는 포도넝쿨들.

 

 

 

• 하느님께서 할 일을 게을리 하시는 것일까요? 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천사가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세상에는 안타깝고 서러운 일들이 참 많습니다. 위 시에서 시인님께서 말씀하시는 “천사의 침묵”은 어떤 의미일까요?

 

 신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존재인 것 같아요. 정말 어떤 상황은 신이 정말 존재하나? 정말 존재한다면 이런 고통을 줄 수 있나? 그런 생각을 하잖아요. 사실, 제 시에서 말하는 천사들은 귀신에 가까운 존재이기도 해요. ‘소외되고 호명되지 않은 것들’ 이라고 해야 할까요.

 

 

• 저는 미네르바로 등단한 Daisy Aran Kim 시인, 시와 경계로 등단한 채종국 시인, 시현실로 등단한 김새하 시인 등과 SNS와 전화로 소통하며 끈끈한 우정을 쌓고 있습니다. 젊은 시인으로서 보다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시인은 어떤 시인이시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 알고 싶습니다.

 

‘낯선’ 동인을 하고 있어요. 경희대 출신들이 많고요, 정지우, 조창규, 김재현 이렇게 세분 과 서로의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관해서 조언을 주고받고 해요. 계획을 세웠던 낭독회들이 코로나로 인해서 많이 취소가 되었어요. 코로나가 하루 빨리 잠잠해 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을 알게 될 때 어둠 속에 손을 담그면 출렁이는 두 눈, 검은 오늘 아래 겨울이 가능해진 밤, 도로에 납작 엎드린 고양이 속에서, 적막을 뚫는 공간, 밤에서 밤을 기우는 무음, 나는 흐릅니다. 겨울 속에서 새들은 물빛의 열매를 물어 날아오르고, 작은 세계가 몰락하는 장면 속을 나는 흐릅니다. 풀잎이 떨어뜨리는 어둠의 매듭이 귀와 눈을 먹먹히 묶고, 돌과 층층이 쌓이는 낮과 밤으로부터 이야기하자면, 사라지기 위한 은유는 모두 내게 필요 없는 것, 죽음은 함께할 수 없는 것, 그러니 각자의 슬픔으로 고여 있는 웅덩이와 그림자일 뿐입니다. 묘 앞에서 머뭇거리는 것이 있다면, 바깥에 닿는 비문, 발소리를 듣는 동안, 괄호를 치는 묵음은 그들이 죽인 밤을 기록하는 서(), 그림자는 순간 쏟아지는 밤의 껍질, 우리를 눕히는 정적입니다. 흐르지 않는 것이 있다면 나의 죄와 형벌, 지우고 싶은 묘비명 같은 것이나 수렵은 시작되었고 검은 고요로 누워 흘러갈 뿐입니다. 간밤의 꿈을 모두 기억할 수 없듯이, 용서할 수 있는 것들도 다시 태어날 수 없듯이, 용서되지 않는 것은 나의 저편을 듣는 신입니까, 잘못을 들키면 잘못이 되고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 용서할 수 없는 것들로 나는 흘러갑니다. 검은 물속에서, 검은 나무들에서 검은 얼굴을 하고, 누가 더 슬픔을 오래도록 참을 수 있는지, 일몰하는 곳으로 차들이 달려가는 밤, 나는 흐릅니까. 누운 것들은 흘러야 합니까.

 

(2019년 제4회 동주문학상 수상작품)

 

 

• 동주문학상 수상작품인「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에서 시인님은 “용서할 수 없는 것들로 나는 흘러갑니다.라고 하십니다. 시인님을 이토록 괴롭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불현듯 궁금해집니다.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죄의식의 연속과 남겨진 슬픔들을 하나씩 채웠다가 블록 하나가 빠지면 와르르 무너지는 젠가처럼, 너무 나약한 존재 같아요. 상실에서 오는 슬픔은 정말 지울 수가 없잖아요. 신은 왜 우리에게 죽음을 준 것일까, 왜 죽음으로 우리를 갈라놓을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표현했어요.

 

 

 

• 시인님의 첫 시집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독자이자 팬으로서 발간될 시인님의 첫 시집을 아우르는 세계관 내지는 시인님께서 추구하시는 시적 지향점을 귀띔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제 잠깐 편집자랑 통화했는데요, ... 키워드들을 생각해보면 샤먼, 젠더, 사춘기, 서정, 세이렌, 정령, 겨울 이런 느낌들의 시가 많은 것 같아요. 시를 보니까 99프로가 전부 다 겨울 배경이더라고요. 그래서 좀 겨울을 빼고 가을이나 여름을 넣어볼까 하고 고민 중에 있어요.(웃음)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 대한 추적, 죽음의 인식, 삶과 죽음의 경계 이런 것들이 시집에 포함되어있는 것 같아요. 무표정의 이미지로 생의 이력을 추적하고, , , 면 이런 공간과 단어의 중의성의 시들도 있는 것 같고요. 시를 밀도 있게 이미지들을 들여다보고 공간과 감각으로 간격을 좁히는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다시 여유롭게 시를 보면서 시가 너무 빽빽하게 느껴지지 않는지, 그런 것들을 유심히 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 음악인으로서 활동 계획이 있으시다면 알고 싶습니다.

 

문학 작품으로 노래를 만드는 활동을 계속 하게 될 것 같고요. 가끔씩 드라마 OST에 참여할듯해요. 시를 쓰는 것과 노래를 하는 것이 정말 둘 다 매력적인 작업인데요, 시를 쓸 때와 노래를 할 때 자아가 너무 다른데요(웃음), 아마 시를 쓸 때의 자아로 노래를 한다고 하면 한 소절도 못하고 쥐구멍에 숨어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노래할 때는 거의 눈을 감고해요. 시를 쓸 때는 안개 속에 숨어 있다가 뿅 하고 나타난 느낌이면, 노래할 때는 몸이 반짝거리는 느낌이에요. 오로지 제 목소리에 집중해서 해야 삑사리?(웃음)가 안 나니까요. 아무래도 고음 위주의 노래를 많이 소화하다 보니... 그래서 요즈음은 저음노래들도 연습을 많이 해요. 앞으로 문학과 음악을 함께 작업하는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 저는 막연히 시인을 꿈꾸던 젊은 날,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야지만 좋은 시를 쓸 수 있을 거라는 철없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시인으로서의 정현우의 삶은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수연 시인님에게 되물어 보고 싶어요. 저도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느낄 수 있는 감각은 유한하고, 수많은 기억들을 보내야하고 그런 죽음 가운데서 슬픔을 견뎌내는 연속인데, 삶은 전혀 행복하지 않아요. 항상 저는 인간이라는 것은 슬퍼지기 위해 태어났고 그 슬픔들을 하나씩 지우면서 완전한 인간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나면 나이가 거의 60살이 넘어가 있을테고(웃음) 이렇게 생각해도 너무 슬프잖아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살면 살아지는 게 삶이고 그 속에서 행복해 지기 위해서 행복한 것들을 찾아야 하니까요. 마음의 속성은 자꾸 가라앉는 본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자꾸 가라앉지 않게 책도 읽고 노래도 해보고 강아지랑 산책도 하고 크게 웃어보고 하는 것 같아요.

 

 

 

• 시인님께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시인이 있다면 어떤 시인이신지 알고 싶습니다.

 

 시기 별로 나뉘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는 윤동주 시집과 릴케의 시집을 억지로? 읽었어요(웃음), 제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안데르센 동화 전집이 있더군요. 그게 너무 부러웠는데, 어머니께서 사 오셨던 시집이 릴케 시집과 윤동주 시집이었어요. 그래서 비슷한 듯 하면서도 너무 다른 이 두 개의 시집이 제 유년시절을 책임졌고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서는 나희덕 선생님의 시를 많이 읽었어요. 나희덕 선생님의 청신하고 정확한 이미지들이 제 눈에 쏙쏙 박히더라고요.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서 뭉클해지는 손택수 선생님의 시도 제 서정성을 마련하는데 기틀이 되었어요.

 

 

• 시인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시 한 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햇빛처럼 꽃보라처럼

또는 기도처럼 왔는가

 

행복이 반짝이며 하늘에서 몰려와

날개를 거두고

꽃피는 나의 가슴에 걸려온 것을…

 

하얀 국화가 피어있는 날

그 집의 화사함이

어쩐지 마음에 불안하였다

그날 밤늦게, 조용히 네가

내 마음에 닿아왔다

 

 

나는 불안하였다

아주 상냥하게 네가 왔다

마침 꿈속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

네가 오고 은은히, 동화에서처럼

밤이 울려 퍼졌다

 

밤은 은으로 빛나는 옷을 입고

한 주먹의 꿈을 뿌린다

꿈은 속속들이 마음 속 깊이 스며들어

나는 취한다

 

어린 아이들이

 

호도와 불빛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보듯

 

나는 본다 네가 밤 속을 걸으며

꽃송이 송이마다 입 맞추어 주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시라기 보다는 요새 자주 생각하는 시에요. 이제 곧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날인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있고요.(웃음)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수연 시인님은 이제 좀 이해하실까요? 저는 사랑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아직 인간이 덜 되었나봐요.(웃음)

 

 

• 앞으로의 계획과 확장하고 싶은 시세계를 알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시집이 아마 빠르면 내년 초에 나올 것 같아요. 그리고 음반 작업도 계속 하고 있고요. 첫 시집에는 제 유년시절의 이야기와 어떤 신비로운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묶여있다면 두 번째 시집은 냉소적이고 이지적인 시들을 쓰고 싶어요.(웃음) 가능할까요? , 가능하겠죠? (당연히 가능하고 또 가능하다고 나는 시인에게 말해주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나 시인님의 시에 대해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말씀하여 주시겠습니까?

 

 

지금 첫 시집을 묶고 있는데, 굉장히 떨리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하고 있어요. 빨리 이 감정을 벗어나서 시를 깔끔하게 만들어놔야 하는데, 이상한 감정에 사로 잡혀서 약간 주춤대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번 인생은 시인으로 태어났으니 그래도 시집은 내야 하잖아요.(웃음) 끝으로 인터뷰 해주신 수연 선생님의 친절함 너무 감사드리고요. 앞으로 좋은 시와 음악들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한국예술문화타임즈

       © 시인뉴스 포엠(사진 제공 뉴스페이퍼)

 

 

 

소멸하는 밤

 

 

깨진 거울은 나무가 되고

낮은 곳에서 시작 되는 것,

지켜내지 못한 것들이

, 밤으로부터 구부러집니다.

 

잠들이 무너지는 밤

당신의 옆을 지키지 못한 삼일동안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당신을 부르러 갑니다.

창밖의 별들이 보라빛으로 자라고

어제의 죽은 별들을 바라봅니다.

 

그날을 잃어버린 그믐의 표정을

별들을, 멀리 두고 오고 싶었습니다.

설명하지 않은 것 따위들을

겁이 나지 않느냐고,

돌아와야 하는 거실은 불이 켜지는데

별자리는 찬란하게 무성합니다.

 

나의 입술이 열리고

나는 새 한 마리,

세상 가장 높은 곳에서

당신을 밀어내러 갑니다.

 

그리운 것들을

마음으로 밀다보면 그곳으로,

이곳으로 새가 앉고

그리움거나 그리다 만 것들

새것, 새어가는 것, 새가는 것

많은 새들이 나를 통과합니다.

바람이 모양이 있다면

 

그것은 새의 깃

아직 세우지 못한 빛들이 젖어듭니다.

밀어 넣지 못한 말들이

오랫동안 휘어져 있기를

 

돌아오는 담장 너머

웅크리고 한참을 글썽이다

나는 나무 한그루 되고,

몇 개의 잎사귀가 남아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소리들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꿈을 꾸어도 되는지

자꾸만 당신의 잠을 생각하는 밤

너무나 많은 나는 다시,

잠이 듭니다.

 

 

<시인의 시작노트>

 

소멸한다는 것

 

 

우리가 잠드는 것은 어쩌면, 매일 매일 죽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꿈을 꾸는 시간은 우리가 점점 소멸하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죽음은 언제나 낯설다.

당신을 떠나보낸 뒤의 시간을,

지켜내지 못하는 시간들을,

견뎌야 하는 것들을,

누구에게나 낯설고 힘든 시간들이다.

 

얼마 전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모두가 섬처럼 둥둥 떠 있었고 나는 그곳에서 국화꽃 한송이를 내려놓고 왔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렇게.

 

바람이 불어왔고 아무렇지 않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당신의 죽음은 어떤 모양으로 있는가?

언제인가 단 한 번 맞이해야 하는 일, 그래서 더 그리워지는 일,

그것들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일,

 

나의 죽음은 어떤 모양일까?

잠시 꿈을 꾼 것 같았다.

잠시 죽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또 다시 나는 잠이 들 것이고

우리는 또 다시 죽는 연습을 해야 된다.

 

 

 

 인터뷰를 마치고 2019년 제4회 동주문학상 수상한 시인이 시인이 출연하는, Kbs 윤동주 시인 다큐멘터리 미팅이 있는 날이라며 카페를 나설 때, 나는 마치 환생한 윤동주 시인이 성큼성큼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는 듯한 몽롱한 착각에 이르렀다.

 

 “또 다시” 우리는 “잠이 들 것이고”, “우리는 또 다시 죽는 연습을 해야” 하지만, 젊은 시인이여, 살아있는 한 최선을 다하여 행복하라! 부디 행복하라! “입술이 열리고”, 소멸하지 않는 온전한 “새 한 마리” 되어 “세상 가장 높은 곳에서” 노래하고 시 쓰며 젊은 시인이여, 부디 행복하라! “너무나 많은 나”를 깨워 “너무나 많은 나”를 완성하라!

 

 아름다웠고 앞으로도 영원히 아름다울 정현우 시인의 건강과 행복과 건필을 기원한다.

 

 

《정현우 시인》

 

 

경희대 국어국문과와 동 대학원 국어교육학과 졸업.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라임 1집 앨범. 시인의 악기상점 1.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 멀리’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 참여. 2019년 제4회 동주문학상 수상. 현재 KBS 라디오, OBS 라디오 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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