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절 / 김송포시인

다솔한명희시인 | 기사입력시간 : 2018/12/24 [17:54] | 조회수 : 63

 

▲     © 한명희



곡절

 

김송포

 

 

반달이 나무를 안고 슬픔에 차 있다 굽어보니 내 얼굴이고 멀어져가는 당신 얼굴이다. 내가 아닌 당신이 저수지에 비친다. 달의 뿌리가 반만 물에 담가져 있다. 백만 년 동안 나무의 등만 바라보듯 곡선처럼 휘어져 다시 돌아오기를 꿈꾼다. 멀리 떨어져 바라보니 배를 내밀고 반만 돌아온다. 앞뒤를 다 보여줄 수 없어서 한쪽 그늘만 보여주고 사라진다. 물이 반만 차 있다 그늘도 반만 기운다 녹조를 띄우고 물에서 헤엄친다. 기울어 가는 달의 속이 뚫려 있다. 패인 나무속에 들어 가 한쪽을 바라본다. 사라진 반달의 기억, 슬며시 멀어지다 건너온 당신, 물에 반만 비추고 돌아선 곡절이 내 안에 있다

 

 

-시작노트

 

누구에게나 곡절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곡절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기도 하고 속내를 드러내는 일이 부끄럽기도 하다 남편과 말을 안 하던 시기가 있었다 무엇 때문인지 기억은 잘 나진 않지만, 데면데면 하고 살았던 것 같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커서 특별히 손이 가지 않아도 되고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터여서 우리의 사이는 각자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사는 의무감 같은 자리로 시간이 갔을 것이다

저수지에 비친 그의 얼굴이 수척해 보였다 나 또한 슬픔에 차서 그동안 건너오지 못한 여러 생각들이 비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며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 서서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일까 그의 얼굴은 둥그런 달이 될 수 없는 걸까 반쪽만 바라보고 반쪽만 사랑하고 반쪽만 가질 수 있단 말인가

반쪽만 좋아하고 사랑하여도 성공한 것이라고 할수 있다고 위안했다 모든 것을 다 가져야 한다고 욕심을 부렸던것을 스스로 억누르면서 너와 나의 반쪽을 서로 합하여 하나가 되자고 했던 약속은 불완전한 존재로 만나 메워가며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지 않은가

그렇게 곡절은 당신과 하나가 되기 위해 지어진 사연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약력

2013<시문학>등단, 시집<부탁해요 곡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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