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 도종환시인

벽솔시인 | 기사입력시간 : 2019/01/01 [13:45] | 조회수 : 28

 

▲     © 한명희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 도종환 -

                                                       

 

 

 

견우 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땅에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 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에 나눠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남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시집 <접시꽃 당신>(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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