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타기 / 정호승 시인

한명희시인 | 기사입력시간 : 2019/01/03 [21:55] | 조회수 : 36

 

▲     ©한명희

 

파도타기
                                                                              -  정호승  -

                                                       

 

 

 

눈 내리는 겨울밤이 깊어갈수록

눈 맞으며 파도 위를 걸어서 간다.

쓰러질수록 파도에 몸을 던지며

가라앉을수록 눈사람으로 솟아오르며

이 세상을 위하여 울고 있던 사람들이

또 이 세상 어디론가 끌려가는 겨울밤에

굳어 버린 파도에 길을 내며 간다.

먼 산길 짚신 가듯 바다에 누워

넘쳐 버릴 파도에 푸성귀로 누워

서러울수록 봄눈을 기다리며 간다.

다정큼나무 숲 사이로 보이던 바다 밖으로

지난 가을 산국화도 몸을 던지고

칼을 들어 파도를 자를 자 저물었나니

단 한 번 인간에 다다르기 위해

살아갈수록 눈 내리는 파도를 탄다.

괴로울수록 홀로 넘칠 파도를 탄다.

 

 

 

 

어머니 손톱 같은 봄눈 오는 바다 위로

솟구쳤다 사라지는 우리들의 발

사라졌다 솟구치는 우리들의 생(生)

 

    -<슬픔이 기쁨에게>(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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