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 박사]의 마인드 숨(breath) 칼럼

부제 : “분리 개별화, 준비 되셨나요?”

백우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19/02/01 [18:08] | 조회수 : 243

 

▲     © 한명희





[김미숙 박사]의 마인드 숨(breath) 칼럼

부제 : “분리 개별화, 준비 되셨나요?”

 

서로 사랑했던 두 남녀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결혼을 준비하다 결혼식준비 과정에서 이별을 고했다. 파혼의 사유가 결혼식 절차에 따른 여러 조건들에 양가 부모님의 뜻이 서로 맞지 않아서였다. 이에 고통을 호소하는 두 남녀는 자신들의 이별의 원인을 자신에 두어야 할지, 부모에 두어야 할지조차도 혼란스럽다며 상담을 의뢰해왔다. 이별을 맞은 두 남녀의 주관적 고통을 차치하면 파혼 사유 자체는 익히 보고 들어 크게 당황될 건 없었지만 되짚어 생각해보면 그 이면의 내용들은 꽤나 난감하다. 성인으로 마땅히 스스로가 주역이 되어 감당해 나가야 할 결혼이 당사자들이 아닌 부모님의 뜻으로 시작도 못해 보고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으니 말이다. 시대에 따라 결혼관이나 문화 규범도 분명 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비극은 여전히 되풀이 되고 있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가족상담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비극의 되풀이는 시대적 문화 규범도 어느 정도 작용을 하지만 그보다 본질적으로 건강한 분리 개별화(individualization)가 되지 못한 역기능적인 가족 구조에 그 쓴 뿌리를 두고 있다. 건강한 핵가족에서 결혼은 기본적으로 두 성인 남녀의 부부 연합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인으로서의 부부의 연합은 서로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개입과 이에 따른 책임으로서 그 구속력을 갖는다. 발달심리학자 에릭슨(Erikson)에 따르면 이러한 부부의 연합은 부모와 원가족으로부터 분리 개별화에 의거한다. 이 말은 곧 결혼 전에 자신의 부모로부터 물리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분리가 선행되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결혼식은 건강한 부부연합을 위한 문화적 통과 의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결혼식 문화도 시대에 걸맞게 다양하게 변모하고 있지만, 기존 전통적인 결혼식에 의거하여 보면 이러한 발달적 측면의 분리 개별화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것에 도움이 된다.

 

하객들 앞에서 신부 아버지가 신부의 손을 잡고 걸어 들어와 기다리고 있는 신랑에게 딸의 손을 건네준다. 그리고 나서 신부 아버지는 다시 되돌아 자신의 부인 옆에 착석한다. 신부의 아버지가 손을 신랑에게 건네고 다시 착석하는 것이나, 그리고 신부를 맞도록 아들신랑의 자리에 떠나보낸 시부모의 자리는, 새로운 부부의 연합과 탄생을 건강한 분리 개별화로 수용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즉 부모나 자녀 모두에게 이러한 의례 절차는 건강한 분리 개별화 의식을 치르는 셈이다. 그리고 부모 자신들은 자녀들을 떠나보낸 자리에서 새로운 부부연합을 재정비한다. 이를 통해 신랑 신부 당사자들은 비로소 분리 개별화된 성인이 되어 그동안 부모와 원가족에 소속되어 있던 유대감을 이 의식을 통해 서로에게 이행할 것을 신실하게 고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결혼식의 주요한 목적은 원가족에 소속된 충실한 유대감을 새로운 배우자로 이동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결혼은 삶의 주요한 발달적 과업이며 이런 과업 이행은 필히 기존의 애착과 유대감을 떠나보내야 하는 상실의 위기를 마주해야 한다. 또 변화된 가족 역할 구조에 따른 정체성의 재정비가 요구된다. 이것은 부모에게나 떠난 자녀에게나 다 마찬가지다. 이러한 발달 위기를 두고 Erikson규범적 발달 위기라 하였는데,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수반되는 규범적 역할들을 바람직하게 이행하지 못하게 되면 굳이 결혼이 아니어도 기존 가족 역할 뿐 아니라 한 개인의 정체성 확립에도 심각한 역기능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위기에 따른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그에 대한 댓가를 각자의 자리에서 삶의 고통으로 톡톡히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파혼을 맞은 두 남녀의 고통을 마주하다 보면 그들의 고통 이면에 놓인 가족의 역기능적인 구조가 먼저 보여 늘 마음이 무겁다. 부부는커녕 결혼도 전에 부모의 뜻이 개입되고 이에 휘둘리는 결혼식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의 탓으로 돌려 원망을 앞세우기 전에 나 자신’(부모로서든 자녀로서든 간에)의 분리 개별화를 가족구조의 관점으로 다시금 바라볼 일이다.

 

 

 김미숙 프로필


마인드숨 심리상담코칭연구소 대표
연세대 상담코칭학 박사(Ph.D)
1급 상담심리사(한국상담심리학회)
심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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