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이르신다 / 맹문재시인

한명희시인 | 기사입력 2018/11/28 [18:31]

아버지가 이르신다 / 맹문재시인

한명희시인 | 입력 : 2018/11/28 [18:31]

 

▲     © 한명희





아버지가 이르신다

  맹문재

 

마을 이장이 농자금 추천을 자기 편 사람들만 한다고 이르신다

중풍 때문인지 손발이 뻣뻣하다고 이르신다

시제가 제대로 안 된다고 이르신다

다 캐지 않은 도라지 밭을 땅 주인이 갈아엎었다고 이르신다

올해는 감나무가 시원찮다고 이르신다

날이 가물어 큰일이라고 이르신다

길가의 매운탕집이 음악을 시끄럽게 틀어 잘 수 없다고 이르신다

민박집들이 오물을 개울에 흘려보낸다고 이르신다

키우던 개가 잘 못 먹어 죽었다고 이르신다

시장 사람들이 중국산 마늘을 국산으로 속여 판다고 이르신다

벌레 때문에 고추 농사가 어렵다고 이르신다

울산 조카가 작업반장한테 맞아 목을 다쳤다고 이르신다

농협장 선거에 돈이 뿌려진다고 이르신다

기름값이 너무 비싸 보일러를 뜯어야겠다고 이르신다

영달네가 자식 놈에게 맞았다고 이르신다

내가 쉬는 일요일 저녁에 이르신다

엊그제 이른 일을 또 이르신다

여든 살 아이가 되어 큰아들에게 이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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