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록 / 윤동주시인

백우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19/02/11 [22:25] | 조회수 : 25

 

▲     ©한명희

 

참회록
                                                                              -  윤동주  -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 사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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