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 변영로시인

백우기자 | 기사입력 2019/02/11 [22:37]

봄비 / 변영로시인

백우기자 | 기사입력시간 : 2019/02/11 [22:37] | 조회수 : 85

 

▲     ©한명희

 

봄비
                                                                              -  변영로  -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

아려…ㅁ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나!

아, 찔림없는 아픈 나의 가슴 !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노래도 없이 근심같이 내리노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신생활>(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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