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부르는 소리 / 박정식시인

한명희 | 기사입력 2018/11/28 [22:22]

엄마가 부르는 소리 / 박정식시인

한명희 | 입력 : 2018/11/28 [22:22]

 

▲     © 한명희



엄마가 부르는 소리

 박정식

 

편물기계와 재봉틀 옆에서 젊은 엄마는

오공오실이 최고여라고 말했었다

알뜰함을 덧댄 양말을 신고

엄마가 만든 옷에 몸을 맞추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엄마표였다

아들은 원래 거기서 왔으니

발가벗어도 처음부터 엄마표였다

 

엄마가 채우지 못한 빈틈들은

겨우내 미닫이문 틈처럼

찬바람을 들여보내고

창피한 시선도 따라 들어왔었다

그때는 몰랐다

505실 솜털마다 엄마가 있고

어머니 손은 실처럼 까칠해졌다는 것을

 

따뜻한 오뉴월 모내기철을 맞아

멀리 경운기 지나는 소리가 난다

편물기계와 재봉틀을 두고

젊은 엄마는 물 대러 나간다

다섯 마지기 조금 덜 되는 논이라

봄처럼 금방 차오를 것이다

어린 기억도 턱밑까지 차오른다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

엄마가 부르는 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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