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꽃 / 신용목시인

한명희 | 기사입력 2018/11/28 [22:31]

산수유꽃 / 신용목시인

한명희 | 입력 : 2018/11/28 [22:31]

 

▲     © 한명희



 

산수유꽃

  

신용목

 

 

데인 자리가 아물지 않는다

시간이 저를 바람 속으로 돌려보내기 전 가끔은 돌이켜 아픈 자국 하나 남기고 가는 저 뜨거움

물집은 몸에 가둔 시간임을 안다

 

마당귀에 산수유꽃 피는 철도 독감이 잦아 옆구리에 화덕을 끼고 자다 나는 정년(停年)이 되어버렸다

 

노비의 뜰에나 심었을 산수유나무

면도날을 씹는 봄햇살에 걸려 잔물집 노랗게 잡힐 적은 일없이 마루턱에 앉아 동통을 앓고 문서처럼 서러운 기억이 많다

 

한 뜨거움의 때를 유배시키기 위해 몸이 키우는 물집 그 수맥을 짚고 산수유가 익는다고 비천하여 나는 어깨의 경사로 비탈을 만들고 물 흐르는 소리를 기다리다 늙은 것이다

 

시간의 문장은 흉터이다 둑 위에서 묵은 편지를 태웠던 날은 귀에 걸려 찢어진 고무신처럼 질질 끌려다녔다 날아간 연기가 남은 재보다 무거웠던가

사는 일은 산수유꽃빛만큼 아득했으며

 

나는 천한 만큼 흉터를 늘리며 왔고 데인 데마다 산수유 한 그루씩이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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