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고모 / 최동호시인

한명희 | 기사입력 2018/11/28 [23:01]

정희고모 / 최동호시인

한명희 | 입력 : 2018/11/28 [23:01]

 

▲     © 한명희



정희고모

최동호

 

 

경기도립병원 지나 수원 지원 옆길에서 정말 우연히 만났다. 고향 떠나 어디서 숨어 산다는 소문이 들리던 고모가 골목길 돌담에 핀 작은 꽃잎 같은 입술로 나를 불렀다. 고모부가 갑자기 임시서기로 취직이 되어 이리 와 살고 있다는 것이다.

외가 집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나는 그 날 저녁 단간 셋방 고모 집에서 말없이 큰 눈만 껌벅거리던 고모부와 함께 푸짐한 저녁상을 받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고모와의 약속을 굳게 지켰다.

정희 고모는 어느 날 다시 홀연히 사라졌다. 어린 시절 가장 예쁘고 똑똑해 온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했다던 정희 고모가 잘 나가던 고모부와 왜 그렇게 숨어 살아야 했는지 그 이유 나는 알지 못했다.

가출소년처럼 나도 외가 집을 떠난 다음 오랜 후까지 그날 정희 고모가 나를 부르던 그 은밀한 목소리의 떨림이 전해 왔다. 고모부와 헤어져 혼자 산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또 다시 남자를 만났다는 이야기도 들려 왔지만 저녁상 부산하게 차려오며 부모 곁을 떠나 어린애가 얼마나 외롭겠느냐고 호들갑을 떨며 반가워하던 정희 고모의 그 들꽃 같은 눈빛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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