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적 우리집의 섣달그믐 풍경 / 권용원시인

한명희 | 기사입력 2018/11/30 [01:01]

나 어릴적 우리집의 섣달그믐 풍경 / 권용원시인

한명희 | 입력 : 2018/11/30 [01:01]

 

▲     © 한명희




나 어릴적 우리집의 섣달그믐 풍경

   

 권용원


섣달그믐날이 밝았습니다.

식구들 모두가 아침부터 집 안팎을 청소하느라 분주합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외양간에, 새 짚을 깔고

쌓아둔 거름도 싹싹 퍼내고

할머니와 어머니는 방, 마루, 부엌을 청소하고

형과 나는 싸리비로 열심히 마당을 씁니다.

어느새 온 집안에 퍼지는 고소한 냄새

유과를 튀겨내고, 조청을 듬뿍 넣은 깨강정이 만들어지고

뒤집힌 솥뚜껑 위에는 부침이 노릇노릇 익어갑니다.

작은아버지네 식구들도 모두 왔습니다.

분주한 하루가 지나고 식구들 모여 밤늦도록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섣달그믐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는 이야기에

오는 잠을 참느라 천근만근 내려오는 눈꺼풀을 밀어올리며 눈을 부릅뜨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꿈나라...

 

시끄러운 소리에 일어나보니 설날 아침

내 눈썹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툭툭 털어내니 하얀 쌀가루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