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zip / 최류빈 시인

한명희 | 기사입력 2018/11/30 [01:17]

집.zip / 최류빈 시인

한명희 | 입력 : 2018/11/30 [01:17]

▲     ©한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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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

  

 

  

하나의 집 안에도 문이 있습니다

구획을 나누는 표지처럼

하나의 집 안에서도 여러 가지 향기가 납니다

저녁놀이 거실 창틀에서 내방까지 내릴 쯤

부엌으로 저마다의 판화를 들고 와

하나의 솥 안에 쏟아냅니다

아버지의 블루칼라 잉크가 가장 밑바닥에서

보글보글 끓어올 때쯤 솥을 휘저어 냅니다

하나의 집 안에도 다른 모양의 방이 있습니다

제 방이 고이 접힌 시집처럼 반듯한 모양이라면

어머니의 방은 아마 저를 따라

설피 각진 석고상자 모양일겁니다

둥근 모양의 방을 갖고 싶으셨겠죠, 아마

 

하나의 집 안에 가족이라는 명패를 내 겁니다

압축된 삶을 삽니다 그러나 저마다

완전히 짓눌리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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