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婦 / 김종길시인

한명희 | 기사입력 2018/11/30 [01:22]

夫婦 / 김종길시인

한명희 | 입력 : 2018/11/30 [01:22]

 

▲     © 한명희



夫婦

  

김종길

 

어두운 부뚜막이나

낡은 탁자 위 같은 데서

어쩌다 비쳐드는 저녁 햇살이라도 받아야

잠시 제 모습을 드러내는 한 쌍의 빈 그릇

 

놋쇠든 사기이든 오지든

오십 년 넘도록 하루같이 함께 붙어다니느라

비록 때묻고 이 빠졌을망정

늘 함께 있어야만 제격인 사발과 대접

 

적잖은 자식 낳아 길러

짝지워 다 내어보내고

이제는 둘만 남아

이렇게 이따금 서로의 성근 흰 머리칼

눈가의 잔주름 눈여겨 바라보며

 

깨어지더라도 함께 깨어질 수는 없는 것일까

부질없이 서로 웃으며 되새겨보면

창밖엔 저무는 날의 남은 햇빛

그 햇빛에 희뜩이는 때아닌 이슬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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