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재봉사 / 최재호시인

한명희 | 기사입력 2018/11/30 [01:26]

도로 재봉사 / 최재호시인

한명희 | 입력 : 2018/11/30 [01:26]

 

▲     © 한명희



도로 재봉사

 

  최재호

 

 

햇빛이 닦아놓은 아스팔트 길 위

쓰레기타래로 헝클어진 뼈대를 잡고

아버지가 도로를 바느질하고 있다.

 

해진 길가 속 분리수거 되지 못한 실밥들 틈새로

오늘도 재봉틀을 돌리는 아버지

 

바느질을 격렬하게 움직일수록

보풀 터져 음식물 흐른 자리에는

그의 봉제선이 무수히 찍혀가고

 

종기 돋아 오른 도로 마디마다

흉터가 덧나지 않게 시침핀을 들고 와 촘촘히 박음질한다.

악취가 공기를 물어뜯는 내발산동 쓰레기 구역

 

사람들이 무더기로 내다 버린 붉은 딱지들이

아버지의 골무 씌운 단단한 손놀림에

정교하게 꿰매져 아물어간다.

 

매일 우둘투둘한 바람의 보풀들과

올 풀린 길가의 불순물을 얽어매는 아버지

 

도로의 멍 자국을 말끔하게

한 땀 한 땀 엮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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