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길 / 이준관 시인

한명희 | 기사입력 2018/12/01 [00:04]

구부러진 길 / 이준관 시인

한명희 | 입력 : 2018/12/01 [00:04]

 

▲     © 한명희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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