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밤 / 김동환시인

한명희시인 | 기사입력 2018/12/01 [01:32]

국경의 밤 / 김동환시인

한명희시인 | 입력 : 2018/12/01 [01:32]

 

▲     © 한명희



국경의 밤
                                                         -  김동환 -
                                                       

 

 

                                  제 1 부

   [1]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강안(江岸)을 경비하는

외투 쓴 검은 순사가 왔다― 갔다―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 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금실이 밀수출 마차를 띄어 놓고

밤새가며 속태우는 젊은 아낙네

물레 젓던 손도 맥이 풀려서

파! 하고 붙는 어유(魚油)등잔만 바라본다.

북국의 겨울 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2]

어디서 불시에 땅 밑으로 울려 나오는 듯

'어―이'하는 날카로운 소리 들린다.

저 서쪽으로 무엇이 오는 군호라고

촌민들이 넋을 잃고 우두두 떨 적에

처녀(妻女)만은 잡히우는 남편의 소리라고

가슴을 뜯으며 긴 한숨을 쉰다-

눈보라에 늦게 내리는

영림창 산재(山材)실이 벌부(筏夫) 떼 소리언만.

 

   [3]

마지막 가는 병자의 부르짖음 같은

애처로운 바람 소리에 싸이어

어디서 '땅'하는 소리 밤하늘을 짼다.

뒤대어 요란한 발자취 소리에

백성들은 또 무슨 변이 났다고 실색(失色)하여 숨죽일 때

이 처녀만은 강도 채 못건넌 채 얻어맞는 사내 일이라고

문빗탈을 쓰러 안고 흑흑 느껴 가며 운다- 

 

 

 

 

겨울에도 한 삼동(三冬), 별빛에 따라

고기잡이 어름짱 끄는 소리언만.

 

             -<국경의 밤>(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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