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 자국들 / 박성규시인

양경모기자 | 기사입력 2018/12/03 [23:09]

가을 그 자국들 / 박성규시인

양경모기자 | 입력 : 2018/12/03 [23:09]

 

 

 

가을 그 자국들

 

남겨진 게 가난한 가을은

꽃들도 이웃이 그리워진다

 

끝까지 기다려주는

가을꽃은 손가락 안이다

 

구절초, 쑥부쟁이, 산국, 씀바귀, 각시취

그리고 엉겅퀴도 있다

 

떠난 뒤에 단출함

지나간 시간은 가벼워진다

 

붉었던 가슴은

아직 자국이 남았는데

 

겨울 세레나데1

 

나무들은 겨울 채비로

버리기를 먼저 한다

 

잎도 열매도 내려놓으며

가볍게 한다

 

바람은 걱정 없다

가벼울수록 쉬워진다

 

추위도 비운 몸에는

머물지 않는다

 

가지들도 팔을 들어

겨울을 보내준다

 

나무들은 비워서 겨울을 난다

 

삶에 대한 잠언

 

항로도 모른 채 가고 있다

날씨가 궂어진다 해도

암초가 그려진 해도는 시원찮다

그래도 가야만하는 항해다

 

미지의 그 항해에 대한 판단은

선택할 수 있다

불행이라 여길지 아니면

행운으로 받아들일지의 결정은 네 몫이다

 

별 의미는 없지만 굳이 행운을 선택했다면

가슴을 따뜻하게 해 둬라

차가우면 꽃을 피울 수 없다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지 마라

영원한 것은 없다

오늘의 네 손짓이 내일이면

추억이 된다

 

작은 것이라 흘려버리지 마라

거기에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삶은 의미로 사는 거다

 

너무 높게 생각하지 마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겸손해서 잘못되는 일은 없다

살다보면 때로는

후하게 쳐주는 운수 좋은 날도 있으니

실망은 곁에 두지 않아도 된다

 

 

적멸1-고요

 

바람이 머물었는가

처마 끝 풍경이 혼자서 은은하다

 

창으로 드는 달빛

선승은 발을 내려 가슴을 가린다

 

석탑위로 지는 낙엽

고요도 도량에 따라 내리고

 

촛불의 흔들림은

마음 바람이 일었음이라

 

돌아보지 마라

죽은 번뇌가 덜미를 잡는다

 

 

삶의 페이소스

 

물음표를 단 이들이 지난다

가슴을 가릴 정도로 매단 이들도 있다

 

걸으면서 또는 지하철을 타고서도

내려놓지도 버리지도 않는다

그리 있으면 물음표들이 없어지는지

아니면 버리는 걸 잊었는지

 

가끔 그런 물음표들을

쥐고 있는 줄도 모르고

까맣게 모르고 갈 때가 있다

그러다 한참 지난 다음에야

눈에 띄어 훌쩍 던져 보지만

떨어져 나간 지 알 수는 없다

 

삶이란 게 그렇더라

헐거워진 틈으로 언제 들어왔는지

그런 물음표들이

종종 꺼칠한 손을 잡더라

 

 

 

 

 

 약력

   -강릉에서 출생(46)하여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

   -'한국아동문학연구'(1992)'시와 시인'(1995)지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그곳에는 시계가 없다', '대관령에 누운 베링해', '길에서 삶을 만나다',

    '적멸'과 동시집으로 '별과 들꽃'이 있다.

   -문학상으론 강원문학작가상, 관동문학상, 강릉문학상, 강릉예술인상을 수상하였으며

  -강릉문인협장 재임시 강릉문학상을 제정하고 김동명문학관 건립을 위한 예산과

   설계를 완료하여 현재의 문학관이 건립될 수 있게 했다.

  -강원예총감사와 신사임당상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문협 지회지부 협력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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